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위에 떨었던 겨울을 보내며 따스한 봄을 반긴다. 흔히 봄을 꽃 피고 희망찬 시작의 계절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여긴다.그러나 봄은 아름다움으로 위장한 채 많은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하는 그런 계절이다. 우리의 기관지를 위협하는 나쁜 황사와, 꽃가루 알레르기로 받는 스트레스가 야누스의 얼굴처럼 따스한 봄볕 뒤에 숨어있어 꼭 반갑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는 독자들을 위해 전문해결사를 찾아가 봤다.
꽃가루 알레르기란?
혜은당한의원 원장인 정수경 박사는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알레르기는 ‘알레르겐’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면역세포인 IgE(면역글로불린E)이 환자의 몸에서 과도하게 생산되어 생기는 증상이며, 피부에 나타나면 두드러기 등의 피부염, 기관지에 나타나면 천식, 코에 나타나면 비염이 됩니다. 이 중 봄철과 가을철 꽃가루에 의해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를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실려 오는 황사 때문에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추세입니다.”
알레르기는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소아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최근에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 성인 환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증상이 나타나는 형태는 나이에 따라 다소 다른데, 갓 태어났을 때는 주로 피부에 태열로, 두세 살부터는 기관지에서 천식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경우엔 주로 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보통 2월 중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주위에 꽃이 없어도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금방 증상을 보인다. 대개 봄에는 나무 꽃가루가 주원인이며, 2~3월에는 오리나무와 개암나무, 4~5월에는 자작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느릅나무, 아카시아, 삼나무, 버드나무 등이 잘 일으킨다. 특히 꽃가루는 해가 뜬 직후부터 오전 9시까지 가장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은 오전에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의 24%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그 중 피부질환이 61%로 가장 많았다.
봄철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수경 원장은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원인물질인 알레르겐을 피해야 하는데,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라면 당연히 꽃가루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 긴 팔 옷을 입으며, 귀가 시에 옷을 털고 들어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체력관리를 해 주는 것이 중요하구요. 특히 감기에 걸리면 체내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일교차가 큰 봄에는 주의해야 하겠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이 밖의 방법으로 실내 공기 관리, 깨끗한 수건을 물에 적셔 집 안에 널기, 따뜻한 물을 하루에 약 8잔 이상 마셔주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염ㆍ천식 등 호흡기 관련 환자나 피부 관련 환자도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치료는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원인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과로를 피하고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며, 생활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많은 도움을 준다.
꽃가루 알레르기로부터 벗어나려면?
“치료방법의 기본은 원인이 면역력 이상이므로 이를 정상화 하는 것입니다. 이를 한방에서는 균형이 깨진 곳의 조화를 맞춘다고 하는데, 폐ㆍ비ㆍ신의 기능을 올려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인체 저항력과 면역력을 강화시켜서 외부물질의 자극에서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치료법이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아니냐’, ‘장기간 치료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한방에서도 당장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법이 병행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수경원장의 경우 비염 치료를 위해 한약 연고와 스프레이 등으로 코 안의 염증을 없애고 코 안의 점막을 강화시켜주는 처방을 쓰고 있다.
“알레르기는 기본적으로 면역력 문제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관리만 잘 해주면 완치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문제는 성인이 돼서도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면 알레르기 증상이 없어졌다가도 재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다른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토피 환자가 크면서 아토피 증상이 없어졌다가 음식 알레르기가 나타난다거나,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의 경우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염, 피부염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다. 이를 ‘알레르기 도미노’라고 부른다. 따라서 어렸을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는 가능하면 초기에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좋다. 성인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편안한 휴식과,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으로 회복을 도모 할 수 있다.
혜은당한의원의 당부
“꽃가루 알레르기는 계절성이기 때문에 그 때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치료를 받았더라도 완치되지 않고 매년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사실 난치병이긴 해도 불치병은 아니므로, 치료의 희망을 갖고, 꾸준히 치료 받고 관리를 잘한다면 재발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가능합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도 있듯이, 치료를 포기하면 결코 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확실한 호전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 TIP
● 창문을 밀폐하고 실외활동을 줄인다.
● 운전 중에 창문을 닫고 실내공기순환모드로 바꾼다.
● 곰팡이가 발생하는 식물을 실내에 두지 않는다.
●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잔디 등의 풀을 멀리한다.
● 손을 자주 씻고 저녁에 샤워를 한다.
● 낮에는 침대를 천으로 덮어 놓는다.
●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한 청소 및 방지용 침구를 사용한다.
● 소화에 장애가 되는 음식을 피하고, 가벼운 맨손체조를 해준다.
위의 예방법들은 보기엔 간단해 보일 수도 있으나 실천을 하기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알레르기로 고통 받지 않고 상큼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면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제공 - 환경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