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매장을 운영하는 K씨(남, 42세)는 최근 며칠 동안 계속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이 답답하다보니 하루 종일 헛기침을 하게 되고, 기침을 할 때마다 고객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가래도 심해졌다. 기침을 할 때마다 역한 구취도 느껴졌다.
K씨는 당초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최근 기온이 급격히 올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에어컨을 매일 가동했기 때문이다. 내부 청소를 할 틈도 없이 에어컨을 켜다보니 겨우내 쌓여 있던 먼지와 세균으로 인해 호흡기가 안 좋아진 것이라 판단했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낀 K씨는 매장 주변의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K씨는 이름도 생소한 ‘후비루증후군’과 ‘매핵기’ 진단을 받았다.
목 이물감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증상이다. 가장 흔하게는 감기로 목이 부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일부에서는 감기 등 특정 병증이 없는데도 목 이물감으로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급성 질환에 따른 목 이물감은 치료 기간도 짧고 휴식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몇 주에서 몇 개월씩 낫지 않고 지속된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질환이 후비루와 매핵기라 할 수 있다.
양방에서는 목 이물감이 있을 경우 대부분 역류성식도염으로 진단해 위산 억제요법을 주로 시행한다. 마침 역류성식도염이 원인이라면 효과적으로 치료가 되지만, 역류성식도염이 아니라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매핵기는 매실의 씨앗이 목구멍에 걸린 것 같다는 뜻이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답답하고 불편한 병증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래, 솜 덩어리 혹은 매실 씨앗 같은 것들이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이 들고 뱉거나 삼키려 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매핵기는 신경성 질환인데, 한의학에서는 기울(氣鬱)성 병증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매핵기와 매핵기유사증을 명확히 구분해야만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2동에 위치한 혜은당클린한의원 김대복 원장은 “매핵기는 신경성에 의해 발병하지만 심리적 요법만으로는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고 “울체된 기를 소통시켜주는 ‘이기(理氣)제’와 담(가래)을 제거시켜주는 ‘거담(祛痰)제’를 사용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울체된 담을 풀어줘야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혜은당클린한의원은 맥핵기 환자들한테 해울통기탕(解鬱通氣湯)을 적용하고 있다. 소요산이라는 기본 처방에 울체를 해소하고 기의 순환을 돕는 20여 종의 약재를 첨가했다.
후비루는 콧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길에 이상이 생겨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며 생기는 질환이다. 보통 비염, 축농증 등 콧물을 유발하는 비강 질환이 선행된다. 코 점막이 마르거나 분비물이 건조해져 비강과의 연결 통로를 막아 유발된다.
후비루 증상이 생기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선행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비염이나 축농증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고, 알레르기성인 경우도 관련 인자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한 재발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폐를 비롯한 호흡기관 등을 강화시키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후비루를 호흡계인 폐, 소화계인 비, 내분비계인 신의 약화에 따라 면역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것으로 본다. 또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체내 수분 대사 장애가 일어나는 담음, 습한 기운과 열이 체내에 쌓이는 습열담,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칠정기울, 원기가 약하거나 부족한 기허를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혜은당클린한의원은 만성화된 후비루를 치료하기 위해 코뿐 아니라 폐를 비롯한 비, 신 등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치료를 선행한다. 당장 코에서 고름을 뽑아내는 치료는 순간적인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고 재발의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치료 원리를 토대로 혜은당클린한의원은 후비루 환자들한테 원인과 증상에 따라 개인별 맞춤 처방인 농축환약이나 가루 형태의 신궁환을 주로 처방하고 경우에 따라 탕약이나 발효 엑기스제가 추가로 처방한다. 특히 비염이나 축농증 등 선행 질환이 있는 경우 10여 가지 약재를 달인 한약 연고인 비염고와 스프레이 형태의 청비수, 통비수를 개인의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해 코 안의 염증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코 점막을 자극해 강화시켜주며 점막 내 부종과 염증,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만약 구취 동반 기침으로 편도에 무리가 가는 경우에는 세균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구청수를 함께 처방한다.
김대복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목 이물감을 단순히 감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극적인 치료를 등한시한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목 이물감은 후비루와 매핵기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두 질환은 그 원인이 서로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영 기자 | benhur@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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